C'est la vie

어른이 말하시는데 어딜 VS 내말도 좀 끝까지 들어줘. 본문

프랑스에서의 생활

어른이 말하시는데 어딜 VS 내말도 좀 끝까지 들어줘.

Helene12 2013. 3. 31. 08:32


안녕하세요

3월도 이제 거진 끝자락이네요^^

시간은 참 신기한 거 같아요

왜이리 시간이 안가나 싶다가도

어느새 훌쩍 흘러있으니 말이죠

내 나이도 함께....T.T

오늘은 프랑스와 한국의 조금 다른

대화방법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해보려해요.



<출처: 구글이미지>


무인도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다른 누구가와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을 거예요.

저는 솔직히 대화를 할 때 대화를 주도하거나 하는 편은 아니고 주로 들어주는 성격인데요.

남편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나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예요.

그런 남편이 한국에만 오면 거의 벙어리가 되다 싶이 하는데요:::

남편이 아직 자신의 의견을 유창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

아직은 우리나라 사람들과의 대화 방식에 적응을 못해서 인 것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.

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저희 친정 아버지만 하시더라도

지금 연세가 60이 다 되셨는데요. 외국인 사위를 절대적으로 반대하시거나 그러실 정도로 꽉 막히신분은 아니지만 연세가 있으신지라 아직 가부장적인 모습도 많이 가지고 계십니다.

한 번은 가족관계문제로 다 모여서 밥먹으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.

아버지는 늘 그래도 가족인데 일단 덮어두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자 이러시는 스타일이세요.

이런 생각이 남편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안 갔던 모양이예요.

그래서 남편이

" 아니 그래도 그건 말이 안되는 것 같은데요.

이러이러한 연유로 상처를 줬으면 아무리 어른이라도 사과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."

그러자 아버지랑 집안 어른들은 다들

" 어디서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끼어드냐 버르장머리 없이"

그러시더라구요. ^^::

사실 저도 저말을 엄청 싫어하거든요.

어른을 공경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지만

어른들이라고 무조건 맞는 말만 하시는 건 아니잖아요?

모든 어르신들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저런 인식이 많이 남아있는 건

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.


프랑스에 와보니 어른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와는 꽤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.

시댁식구들과 식탁에 모여 앉아서 밥을 먹다가 어머님 일관련 이야기가 나오면서 요즘 프랑스 경제나

사회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요.

시아버지께서 요즘 A사건을 보면 이러이러한 점이 문제가 많고

나는 그 해결방안이 B라고 생각한다.

그리고 이걸 나아가....중략

그러자 남편이 시아버지 말씀이 끝나기 무섭게

" 아니, 나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.

이건 B에도 헛점이 많아서 내 생각에는 B가 아닌 다른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고 봐"

그랬더니 시아버지께서

" 그래. 근데 내말도 좀 끝까지 들어줘. 그리고 네 의견을 말해주렴"


이러시더라구요^^ 대화방식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?

이건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집안의 대소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.


저는 한국에 있을 때 친척들이나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 거의 대답이나 네네 하는 편이고

저의 의견을 말하는 걸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었어요.

어릴때부터 무슨 말만 하면 어디서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감히....

아니면, 어린 게 당돌하다. 싸가지가 없다? ㅎㅎㅎ 이런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거든요.

그래서 어느시점부턴가 아아...그냥 말을 안 하는 게 낫겠구나 싶어서

스스로 입을 틀어 막고 살았었답니다>.<

근데 그게 몸에 베이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눌 때 입이 잘 안 떨어지는

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구요.

지금은 프랑스와서 생활하면서 그런점도 많이 개선이 됐답니다.

프랑스에서는 상대의 의견을 묻는 대화가 많거든요.

무언가를 함께 할 때도 어떤게 좋은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오늘 먹은 음식은 맛이 있는지 ^^

매일같이 질문을 받고 제 짧은 의견에나마 귀를 기울여 주시는 모습에 저의 입에 돋았던 가시도

이제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.

여러분은 어떠신가요?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거나 괜한 분란을 일으키기 싫어서

자신의 생각을 숨긴채 입을 닫아 보신 경험 없으신가요?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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