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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국영화에 푹 빠져버린 프랑스인 남자가 있었으니... 본문

프랑스에서의 생활

한국영화에 푹 빠져버린 프랑스인 남자가 있었으니...

Helene12 2013. 3. 1. 00:17



그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

내 남편이라 하겠노라.....ㅎㅎ

헛소리는 여기까지 ㅋ

안녕하세요^^ 

오늘은 남편의 한국영화 사랑에 대해서

이야기 해볼까 합니다.


남편과 저는 영화보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는데요. 취향이 비슷했던지라 둘 다 영화는 무조건 액션

아니면 코미디만 주로 봤었어요. 멜로는 뭔가 닭살돋는다고 할까:::ㅎㅎㅎ 낯간지럽다고 할까::

암튼 처음 만나서 데이트 하고 본 영화가 터미네이터2라면 믿으시겠습니까? ㅋㅋㅋㅋ

남편도 한글을 몰랐을때라 영화관에서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요 남편이랑 둘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로

꼽았던 터미네이터2를 보러 DVD방에 갔었지요 ㅋㅋㅋ 근데 한국에서 DVD방은 뭔가 이미지가 안 좋더

라구요. 연인들의 애정행각? 이 만연하다느니 그런 소릴 들었던터라 조금 망설였지만 들어가서

당당하게 "터미네이터2"를 집어서 카운터에 내미니 저희를 더 이상하게 쳐다보시더라구요>.< ㅎ

저희 진짜 영화만 보러 왔는뎁쇼??? ㅋㅋㅋ 암튼 그렇게 함께 영화보는 게 너무 즐거웠던 우리는 자주

영화를 보다보니 볼만한 영화가 고갈되고 맙니다T.T

그러던 어느 날, 남편이 한국영화 재미있는 게 있다며 "엽기적인 그녀"를 같이 다운받아서 보자고

하더군요. 이제껏 액션만 보다가 왠일인가 싶었지만 한국영화니까 한국어도 배울 수 있는 찬스다

싶어 함께 봤습니다. 근데 이거 왠걸? 남편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재미있다고 이런 영화 또 없냐고

절 달달 볶기 시작합니다:::: "너...액션만 보던 그 남자가 맞는거니???"

그 뒤로 클래식, 내 머리속의 지우개,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. 등등 수많은 한국 로맨스 영화를

섭렵하게 되지요.ㅎㅎ


이건 가장 최근에 함께 본 "번지 점프를 하다" 입니다.

외국인과 한국 영화를 보게되면 이렇게 한국영화를 영어자막으로 보게되는 요상한 경험을 하게

니다 ㅋㅋㅋ 분명 내귀에 쏙쏙 한국말이 들리는데 저도 모르게 영어 자막을 읽고 있지요::::

여러분은 TWIN SOUL이란 단어를 들어보셨나요? 흔히 말하는 SOULMATE와는 달라요.

트윈소울은 애초에 하나였던 영혼이 둘로 나뉘어서 지구상에 왔다고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.

덩치만 큰 저희 남편은 이 트윈소울에 대해 철떡같이 믿고 있지요. 그게 저라고 말입니다.^^::ㅎㅎ

그래서 자기가 검색한 결과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읽고선 저에게

" 번지 어쩌고 하는 영화 알아?"

그러길래. 안다고 했지요. 진짜? 그러고는 혼자 신나하더니

"이거 우리처럼 트윈소울에 대한 이야기래. 재밌을 것 같으니 같이 보자 여보"

그래서 저는 아주 옛날에 한 번 본 기억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같이 본 적이 없으니 보자고 했지요.

영화 스포가 될지도 모르니 내용은 말씀 드리지 않을게요^^ㅎ

영화 마지막에 번지점프대를 뒤로하고 강물을 따라 카메라가 흘러가듯 풍경을 담으면서 이런

대사가 나와요

" 이번엔 여자로 태어나야지 "

" 근데 나도 여자로 태어나면 어쩌지?"

" 그럼 또 사랑해야지 뭐.."

이렇게 대화가 이어지고 남녀의 웃음소리가 번져가지요. 이걸 보고 남편한테 제가

" 나 나중에 남자로 태어나고 당신도 남자로 태어나면 어쩔거야..?

그랬더니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

" 그럼 게이가 되는 거지 뭐. " 



ㅋㅋㅋ 그러는 거 아니겠습니까, 이거 뭐 영화와 전혀다른 웃음소리가 온 방에 울려퍼졌습니다.


프랑스인을 누가 로맨틱하다 했습니까!!!!!!!!!!!!!!

내 남편은 로맨틱이 뭔지 몰라요!!!!!!!!아오!!

그렇게 저는 눈물나게 웃고 있었는데 



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나오자 190cm 덩치의 남편이 2살짜리 애처럼 엉엉 울고 있더라구요....

"If you jumped from a cliff, you said your life wouldn't end there...

We will meet again and fall in love

It's not because I love you, It's because all I can do is love you

I love you forever....."

"인생의 절벽아래로 뛰어 내린대도. 그 아래는 끝이 아닐거라고 당신이 말했었습니다.

 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.

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,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

당신을 사랑합니다....."

진짜 애처럼 눈물 콧물 범벅이 돼서 우는데 저도 모르게 남편을 꼭 안아줬어요.

그랬더니 더웁니다::::ㅎㅎㅎ

눈물이 멈추고나서 남편이 마지막 대사를 한국말로 어떻게 말하는 지 가르쳐 달라더군요.

그래서 천천히 또박또박 알려줬더니.

남편에겐 사랑이란 단어가 연속으로 나오니 엄청 버벅댑니다 ㅋㅋㅋㅋㅋㅋ

그러다가 포기했는지 "사랑하는 사랑.. 사랑. 내 여보" 라고 >.< 알아서 생략...조..좋은 생략이다....

영화를 보면서 남편이 여주인공인 고 이은주씨에 대해 자꾸 이름이 뭐냐 저 여배우 다른 영화는

없느냐 이것저것 캐묻더라구요?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저도 좋아하던 배우라 설명을

해주다가 지금은 이 세상에 없다고 고인이라고 그랬더니 엄청 놀라더라구요.

왜그러냐니까 저 사람이 저를 너무 닮았다고:: 죄송합니다 ㅎㅎㅎ

남편은 여자 얼굴 헤어스타일만 바껴도 구분을 못해요::

암튼 저보고 당신은 죽을생각 안하지? 그치? 그러더라구요

순간 뭐여 그런 걱정을 한건가 싶어서 아니라고 무슨 소리냐고 그랬지요^^:

그렇게 저희는 로맨스나 멜로영화는 전혀 안보던 커플이었는데 한국영화는 꼭 챙겨보게

됐답니다. 지금도 옆에서 남편은 무슨 영화볼지 룰루랄라 고르고 있지요 ㅋ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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